창작의 비약(祕藥)

제가 처음 이 소설의 시놉시스를 쓸 때는 원래 웹툰으로 기획했습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작품과 팔리는 작품은 차이가 있지요. 그래서 다른 장르의 기획서에 밀리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기왕 써둔 기획서와 트리트먼트가 아까워 이야기를 완결 내고 싶었습니다. 웹툰은 아무래도 제작에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소설로 바꾸기로 했죠. 이 소설은 노골적으로 B급 호러 영...

25. 광기 어린 대가 라연의 뱃속에서 길쭉한 촉수들이 튀어나왔다. 그것들은 주변에 있던 의사, 간호사 등의 의료진을 공격했다. 한 촉수는 뱀처럼 의사를 싸매어 벽 쪽으로 던졌다. 머리가 벽에 부딪혀 온 피가 바닥에 뿌려졌다. 다른 촉수는 몇몇 의료진의 몸을 관통하기도 했다. 그중 하는 여러 사람을 관통해 전시하기도 했다. 그 촉수의 피부는 이끼가 서린 흙...

24. 마녀의 씨 옆에서 곤히 잠든 라연을 바라보며 해성은 상념에 들었다. “차라리 라연도 루온을 만나 소원을 빌 수 있으면 좋겠어.” 해성은 중얼거렸다. 그리고 입에서 나온 그 내용에 스스로 까무러치게 놀랐다. 끔찍한 생각이었다. 라연이 루온을 만난다니! 라연은 소중한 무언가를 바칠 것이고, 자신처럼 루온에 놀아나며 또 다른 근심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해성은 뒤돌아보았다. 어디선가 시선을 느꼈다. 착각인 듯하다. 아까 멀리서 어떤 남자가 소리 지르는 걸 들은 것 같았지만, 개의치 않고 하던 일에 집중했다. 호텔에서 교성이 들리는 건 뭐 흔한 일이니까. 라연과 동거를 한 지 꽤 되었지만, 아내로서 맞이한 라연을 품는 것은 차원이 다른 쾌락이었다. 물론 인생 최대의 쾌락은 아니다. 그건 확실하다. 루온과의 ...

유명 작가와 인기 아이돌 배우의 결혼이었다. 당연히 나라를 뒤흔드는 가십거리임에 분명했다. 각종 동영상 사이트와 TV 방송에서는 연일 화제가 되었다. 기자들은 해성이 살아온 모든 삶의 궤적을 다 끄집어내 이슈를 만들어냈다. 해성은 그런 스포트라이트에 익숙지 않았지만, 어느새 관심받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평생 인기 없던 작가로 살던 해성에게 이 같은 관심은...

해성은 사실 자기가 쓴 소설을 다 읽지 않았다. 본인이 썼는지도 모르겠다. 분명 무언가에 홀려 정신없이 글을 쓰긴 했다. 하지만 그 기억이 온전치 않다. 사실 자기 자신도 인지하고 있었다. 나의 글이라고 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이건 악마의 힘을 빌려서 나온 소설이고 사실은 난 몸만 빌려주고 악마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딴 소원...

20. 괴이한 소설 해성과 라연은 급했던 모양이었다. 둘은 옷도 제대로 벗지 않았다. 둘은 후배위 자세로 거칠게 교합을 즐기고 있었다. 미영은 분노보다는 허탈함이 먼저 들었다. 그가 바람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데도 마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안에서 숨을 헐떡이는 해성은 자신의 알고 있는 사람 같지 않...

19. 생닭 해성은 집에 두려움을 안고 돌아왔다. 그는 집 현관문 앞에 서자 불안이 찾아 들었다. 이 문을 열었을 때 미영이 없으면 어떡하지? 그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현관에 등을 대고 앉아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그는 문을 열 용기가 나질 않았다. 루온은 믿을 수 없는 여자다. 비약을 먹고 바친 제물들, 태어나지 못한 아이들의 존재 자체가 증발한 것은 ...

18. 두 번째 비약 해성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만은 사용해서는 안 된다. 해성은 차를 타고 나와 기자들을 뿌리치고 액셀을 밟았다. 하지만 집에서 나온 들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해성은 가족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고, 무턱대고 찾아갈 친구도 없다. 그냥 발길이 가는 대로 길을 향했더니 어느새 고속도로였다. 어느새 칠흑 같은 어두운 밤이 되었고 이동 중인 ...

17. 선택 해성 역시 라연과의 관계가 지속되리라 생각한 적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해성은 라연에게서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다. 본인도 마찬가지다. 어디까지나 결혼한다면 미영과 하는 그림만이 그려졌다.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지만 않았어도 이미 결혼했을 터였다. 라연과의 만남은 어디까지나 여흥이었다. 서로 정확한 문장과 단어로 서로를 규정하지는 않았다. 하지...

16. 죄책감 가평에서 영화 제작을 위한 고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배우들은 물론이고 감독, 촬영, 제작진, 원작자인 해성, 출판사 직원까지 총동원된 행사였다. 홍보를 위해 방송국, 잡지사 기자들도 참관하고 있었다. 이런 행사는 처음인 해성은 하나하나가 신기했고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성은 조금 겉돌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는 지인이 적고 발이 넓지 않은 ...

15. 실수 의사에 말에 따르면 미영은 병원에서 며칠 입원해 치료받으며 쉬면 괜찮아진다고 했다. 해성은 미영을 VIP 1인실로 옮겼다. 이럴 때 쓰라고 돈을 번 것이다. “내가 살다 살다 이런 호사를 누려보네. 고마워 오빠.” “당연한 걸 두고 뭘….” 프리랜서인 해성은 병실에서 미영의 곁을 지키며 글을 쓰리고 했다. 사실 한 글자도 적지 못하고 있지만, ...